진료시간안내
- 평일 10:00~19:00
- 점심 시간 13:00~14:00
- 토요일 휴진
- 일요일 휴진
*선릉역 1번 출구 금강타워 5층
*선릉역 1번 출구 금강타워 5층
02-563-6661
홈으로_ 커뮤니티_ 건강칼럼
"기억 못 해도 괜찮아요"... 치매 환자 가족, 의료진, 사회가 함께해야 [인터뷰]
[인터뷰] 가정의학과 전문의 강동숙 원장
퇴행성 뇌질환 치매, 조기 치료 시 뇌세포 손상 늦출 수 있어
약물·비약물 치료가 기본… 치매안심센터 등 전문기관 지원도 큰 도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많은 이들이 직면할 수 있는 현실적인 건강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치매는 뇌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일단 증상이 악화되면 회복이 어렵고 환자는 물론 가족의 삶의 질까지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진단하고, 이후에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한 체계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치매의 진행을 늦추고 일상 기능을 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약물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인지 자극 활동, 규칙적인 신체 운동, 생활환경 개선 등 비약물적 접근이 병행될 때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치매의 원인과 주요 증상, 진단 과정, 약물 및 비약물 치료법, 그리고 보호자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돌봄 전략까지, 가정의학과 전문의 강동숙 원장(기린의원)의 조언을 바탕으로 폭넓게 살펴본다.
q. 치매는 어떤 질환이며, 왜 발생하나요?
치매는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은 물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러 인지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만성 신경 질환입니다. 단순한 노화로 인한 건망증과 달리, 진행성이며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합니다. 이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진행이 완만하고 초기에는 단순한 건망증으로 오인되기 쉬운 특징이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나 미세혈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특히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을 오래 앓은 경우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증상이 비교적 갑작스럽게 시작되거나 단계적으로 악화되는 양상이 흔합니다.
이 외에도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알코올성 치매, 외상성 치매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합니다. 각 질환마다 증상 양상과 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을 위해 인지 기능 검사와 뇌 영상 촬영 등 다각적인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q. 치매 초기에는 주로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치매 초기에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 외에도 성격 변화, 판단력 저하, 일상생활 수행의 어려움 등 다양한 인지 및 행동 변화가 동반됩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 중 하나는 최근 기억의 손상입니다. 예를 들어, 방금 식사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약 복용 여부를 자꾸 잊는 일이 반복되며,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또한, 물건을 잘못된 장소에 두고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익숙한 길에서도 방향 감각을 잃거나 시간을 착각하는 등 시공간 인지의 혼란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감정 기복이 커지거나 불안, 의심이 많아지는 정서적 변화도 치매 초기의 중요한 단서입니다. 예전과 달리 쉽게 짜증을 내거나 사소한 일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으며, 가까운 가족이 이를 먼저 인지하기도 합니다.
계산 실수, 금융 처리의 어려움, 전화 사용이나 약속 관리 등 익숙했던 일상 기능이 점차 흐트러지면서 자신감을 잃는 모습도 관찰됩니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거나 점점 두드러진다면, 단순한 건망증이 아닌 조기 치매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어떤 검사들이 활용되나요?
정확한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여러 검사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선, 신경인지기능검사는 치매 진단의 출발점입니다. 이 검사를 통해 기억력, 집중력, 언어 능력, 시공간 인지 등 다양한 뇌 기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를 평가합니다. 간단한 문답 형태의 선별검사부터,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정밀 검진까지 다양하게 이뤄집니다.
다음으로는 혈액검사를 통해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가역적 원인(갑상선 기능 저하, 비타민 b12 결핍, 간·신장 기능 저하 등)을 감별합니다. 이는 불필요한 오진과 치료 지연을 방지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뇌영상검사도 중요합니다. mri나 ct 촬영을 통해 뇌의 위축 정도, 혈관 손상 여부, 혹은 종양·출혈 등 다른 뇌 질환의 가능성을 평가하며,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또는 혼합형 치매 등 다양한 아형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필요시 뇌 혈류 spect, pet 등 고해상도 영상 기법도 추가로 활용됩니다.
q. 현재 치매 치료에는 어떤 약물이 사용되나요?
치매 치료제는 크게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약물과 행동·심리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로 나뉩니다.
인지 기능 개선을 위한 약물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이 대표적인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입니다. 이들 약물은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해 신경전달을 돕고, 기억력 유지에 기여합니다. 메만틴은 nmda 수용체 차단제로, 과도한 자극으로부터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하며, 중등도 이상 단계의 치매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행동 및 심리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은, 환각·불안·우울·공격성 등 비인지 증상(bpsd)이 나타나는 경우 활용됩니다. 증상의 양상과 정도에 따라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정신병약 등을 병용하며,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치매 치료는 정형화된 처방보다 개별 증상과 건강 상태에 맞춘 약물 조합이 중요하며,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비약물적 치료법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약물은 중요한 치료 수단이지만, 근본적인 인지 기능 유지를 위해서는 비약물적 치료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다양한 비약물적 접근은 약물의 효과를 보완하고, 환자의 일상 기능과 정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비약물적 치료는 크게 인지 자극, 신체 활동, 환경 관리의 세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지 자극 활동입니다. 퍼즐 맞추기, 그림 그리기, 일기 쓰기, 가족과의 대화 등 두뇌를 사용하는 다양한 활동은 인지 기능 유지에 효과적입니다. 특히 환자에게 친숙하고 즐거운 활동일수록 참여도가 높고 지속적인 자극이 가능합니다.
둘째는 규칙적인 신체 활동입니다. 걷기, 스트레칭, 가벼운 체조 등은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주 3~5회, 회당 30분 이상 꾸준히 실천할 것을 권장합니다.
셋째는 정서적 안정과 환경 관리입니다. 익숙한 생활 공간, 규칙적인 일, 안정적인 분위기는 환자의 혼란과 불안을 줄이고 기억 유지에도 도움을 줍니다. 예측 가능한 일상은 환자의 자율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q.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른 시점에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인지 기능 저하의 속도를 늦추고 일상생활을 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조기 치료가 뇌세포 손상을 늦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질환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후에는 약물 반응이 제한적이고, 일상 기능 회복도 어려워져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치매를 단순한 건망증이나 나이 탓으로 여기지 말고, 초기 신호를 인지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기 진단은 치료뿐만 아니라 향후를 대비한 간병 계획, 경제적 준비, 환자 본인의 의사결정 권한 보장 등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우울증, 내분비 질환, 약물 부작용 등의 가역적인 질환을 조기에 감별해 내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결국 조기 진단은 단지 병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더 많은 선택지와 시간을 제공하는 출발점입니다. 특히 중년기(40~60대)부터 정기적인 검진과 건강한 생활습관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예방의 핵심입니다.
q.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치매 치료와 돌봄은 환자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가족과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급해하지 않고 환자의 자존감과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기억 못 해도 괜찮아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 큰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치매 환자는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하거나 실수를 자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투기보다 차분히 반복해서 설명하고 함께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보호자 자신도 소진되지 않도록 돌봄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정기적인 휴식과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의 치매안심센터나 전문기관을 통해 상담이나 지원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치매는 '가족의 병'이기도 한 만큼, 의료진과 가족이 함께 협력하는 돌봄 환경이 치료 효과와 삶의 질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q.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하지만 이 병은 조기에 발견하고 제대로 관리하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조금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 "그냥 나이 때문이겠지" 하고 넘기지 마시고, 가까운 치매안심센터나 의료기관에서 꼭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무엇보다 치매는 환자 혼자만의 병이 아닙니다. 가족, 의료진, 지역사회가 함께 관리해나가야 하는 병입니다. 꾸준한 약물 치료와 생활 관리,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이해와 지지가 더해진다면, 치매라는 병도 충분히 함께 이겨낼 수 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관심을 갖고 한 걸음 먼저 다가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