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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도 살 안 빠지는 중년...고장 난 '지방 연소 스위치' 되돌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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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접어들면 식사량을 줄여도 체중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잦아진다. "예전엔 조금만 덜 먹어도 금세 빠졌는데, 요즘은 굶어도 그대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이나 의지력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체내 에너지 대사 방식, 즉 '대사 유연성(metabolic flexibility)'의 저하를 그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가정의학과 신정화 교수(고려대 안산병원)는 "중년의 체중 문제는 '얼마나 덜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다시 지방을 연료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지방 연소가 가능하도록 대사 유연성을 회복하고 몸의 신호 체계를 다시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와 함께 굶어도 빠지지 않는 살의 진짜 원인, 대사 유연성의 원리와 회복법에 대해 알아본다.

지방 연소 막는 '인슐린'… 대사 유연성 저하의 핵심
체중 감량이 어려운 중년의 신체를 이해하려면 '대사 유연성'의 개념부터 파악해야 한다. 대사 유연성이란 우리 몸이 상황에 맞춰, 포도당과 지방 중 어떤 것을 연료로 쓸지 결정하고 전환하는 능력을 말한다.

대사 유연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식후 3~4시간이 지나면 '연료 스위치'를 전환해 비축된 지방을 태운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근육량 감소로 포도당 처리 능력이 떨어지고 호르몬 변화가 겹치며 이 전환 과정이 둔해진다. 지방을 태워야 할 공복 상태에서도 여전히 포도당만을 찾는 오작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은 '인슐린 과잉'이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필수 호르몬이지만, 동시에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한다. 잦은 간식이나 정제 탄수화물 섭취로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 우리 몸의 지방 저장고는 좀처럼 열리지 않게 된다.

신정화 교수는 "인슐린 수치가 충분히 낮아질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몸은 '지방 연소 스위치'가 꺼진 상태에 머물게 된다"며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식사량을 줄여도 지방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체중 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참기 힘든 허기와 복부 비만...대사 건강의 적신호
대사 유연성이 무너졌다는 신호는 체중계의 숫자보다 일상적인 컨디션에서 먼저 나타난다. 식사 때를 조금만 놓쳐도 참기 힘든 허기와 무기력감이 찾아오거나, 공복 상태에서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또한 체중 변화는 크지 않은데 복부만 비대해지는 경우에도 경우도 대사 유연성 저하를 의심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대사 유연성 저하는 단순한 비만을 넘어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내장지방과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나잇살'이나 '체질 변화'로 치부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신정화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혈관 질환, 지방간과 같은 대사 질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체중 증가폭이 작더라도 복부 비만과 혈당·중성지방 수치에 이상이 관찰된다면 대사 건강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인슐린 낮추는 '공복 시간' 확보해야
그렇다면 대사 유연성을 회복하고 다시 지방을 태우는 몸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신정화 교수는 그 첫 번째 전략으로 '인슐린 휴식 시간' 확보를 꼽았다. 이는 무조건 식사량을 줄여 배를 곯으라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얼마나 적게 먹느냐'가 아니라, '음식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있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수시로 간식을 먹거나 식사 간격이 너무 짧으면, 우리 몸은 쉴 새 없이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 농도가 높게 유지되는 동안 지방 분해는 억제된다. 반면 식사와 식사 사이, 그리고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위장을 확실히 비워 인슐린 수치를 충분히 떨어뜨리면 몸은 비로소 저장해 둔 지방을 꺼내 쓰기 시작한다.

신 교수는 "야식을 끊고 잦은 간식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지방을 태워도 되는 안전한 상태'라는 신호를 받게 된다"며 "공복은 굶는 것이 아니라 대사가 전환되는 시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근육 지키고 식습관 '리셋'… 대사 회복의 필수 조건
두 번째 전략은 근육을 사수하는 것이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자, 지방 연소의 효율을 결정하는 공장이다. 중년의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보다 '근육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근육이 줄어들면 인슐린 저항성은 더 악화되고, 대사 유연성 회복은 요원해진다. 신정화 교수는 "중년기 체중 관리에서는 감량 보다 근육 유지가 우선되어야 하며, 가벼운 저항 운동이라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식사 구성도 대사 환경을 좌우한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근육 손실을 줄이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정제 탄수화물과 당 섭취를 줄이면 식후 혈당과 인슐린의 급격한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신 교수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은 혈당 변동 폭을 완만하게 만들어 지방 연소로 전환되는 환경을 조성한다"라며 "이러한 식습관은 단기간 체중 감소보다는 장기적인 대사 회복에 초점을 둔 접근이다"고 설명했다.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수면 부족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복부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 충분한 수면과 회복은 대사 유연성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결국 중년의 건강 관리는 체중계의 눈금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엔진을 정상화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방 연소 스위치'를 다시 켜는 노력은 비단 날씬한 몸매뿐만 아니라, 활기찬 중년을 지속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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